일본이 가난했던 시절, 모든 마을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봄의 시냇물은 졸졸 흐르며, 강가에는 제비꽃과 연꽃이 피어 있었고, 아이들은 작은 붕어를 잡으며 놀고,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쫓아다니며 뛰어놀았습니다. 일본이 가난했던 시절, 모든 마을에는 수로가 있었습니다. 물이 늘 맑지는 않았지만, 다리나 물가에 서 있으면 물의 흐름이 삶의 무거움을 덜어주고, 피로를 풀어주었습니다.
이는 영화 '야나가와 수로 이야기'의 시작에 흐르는 내레이션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작업했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지브리 작품으로,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야나가와 수로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사실 야나가와 같은 수로를 가진 마을은 한때 일본 전역에 흔했던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도 경제성장기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라졌습니다. 야나가와의 수로 역시 사라질 뻔했지만, 간신히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진귀한 풍경으로 자리 잡아 뱃놀이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넓게 펼쳐진 논과 평야 속에서 봄의 시냇물이 흐르는 모습을.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풍경일지 모릅니다. 이 가이드를 듣고 있는 세대라면, 아마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놀았던 기억 속에 그 풍경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공통된 기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자녀나 손자 세대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봄의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은 이제 상상조차 어려운 것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에 강에서 놀던 경험이 없다면, 야나가와를 되살릴 수 없었듯, 이러한 풍경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미래를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야나가와 또한 당시의 풍경을 완전히 되찾은 것은 아닙니다. 오염된 강을 되살릴 당시, 우선 물의 흐름을 되찾기 위해 콘크리트 호완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콘크리트는 흙둑과 달리 식물이 자라지 않아 야나가와의 옛 생태계를 복원하지 못했습니다. 수질 또한 예전만큼 깨끗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수로의 물로 밥을 지을 정도였으니까요.
야나가와가 과거와 같은 물의 고향의 풍경을, 여러분의 기억 속에 흐르고 있는 그 풍경을, 어디까지 계승할 수 있을까요. 이를 상징하는 뱃놀이를 아이들과 손주들과 함께 다시 체험하러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가이드는 취재와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나, ON THE TRIP의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문가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진실은 자신의 여행에서 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
ON THE TRIP 편집부
문장:시가 아키히토
사진 : 혼마 히로시
나레이션:류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