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지금 눈앞에 놓인 것은 미즈쿠치 주조의 세 가지 일본주입니다. 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쌀·누룩·효모가 엮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자, 우선 잔을 들어 그 향부터 느껴보세요.
일본주는 마시는 요령이 있습니다. 바로 들이키기보다 먼저 향을 음미하고, 입에 머금은 뒤 혀 위에서 굴리며 혀의 어느 부위에서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 살펴봅니다. 온도나 공기와 접한 시간에 따라 향과 맛이 변하는 것이 일본주의 묘미이기도 하지요. 오감을 통해 맛보는 이 순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첫 잔부터 시작해 봅시다.

먼저, ‘우스즈미자쿠라(薄墨桜)’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사케 잔을 얼굴 가까이 가져가, 먼저 향을 맡아보세요.
‘우스즈미자쿠라’라는 이름은 에히메현에 있는 ‘사이호지(西方寺)’라는 절의 벚나무에서 유래했습니다. 봄이 되면 옅은 먹빛을 띠는 꽃을 피우는 이 벚나무처럼, 이 술도 화려한 향과 묵직한 맛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 한 모금 맛 보시죠.

쌀의 은은한 단맛과 깊은 감칠맛, 그리고 살짝 느껴지는 쌉싸래함이 입안에 퍼지며, 마치 벚나무 줄기처럼 탄탄한 바디감을 전해줍니다.
이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마쓰야마 미이(松山三井)’라는 사케용 쌀입니다. 보통 사케용 쌀은 술 빚기 전용으로 재배되지만, 마쓰야마 미이는 식용으로도 사랑받는 드문 품종입니다. 그래서 쌀 본연의 풍부한 맛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죠.
한 번 상상해 보세요.
해발이 높은 산골짜기, 계단식 논이 이어지고, 고요히 벼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그곳에서는 옛 방식 그대로 벼가 자라며, 인근 귤밭에서는 상큼한 감귤 향이 바람에 실려 옵니다. 이 지역의 풍요로운 자연이 바로 ‘우스즈미자쿠라’의 맛을 빚어내는 것입니다.

이 술은 살짝 온도에 변화를 주어 마셔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일본주처럼 온도 변화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술은 드문데, 이 ‘우스즈미자쿠라’는 따뜻하게 데우면 마치 벚꽃 봉오리가 활짝 피듯 향이 퍼집니다. 약 50도 정도의 아쓰칸(熱燗)으로 데우면, 단맛과 향이 한층 도드라지며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줄 것입니다.

다음은 ‘사쿠라히메’를 손에 들어주세요. 잔을 들고, 살짝 향을 맡아보세요. 어떤 향이 느껴지시나요?

‘플로럴’이라고 자주 표현되는 니키타츠의 사쿠라히메. 한 모금 머금으면, 어떠신가요?

이때 처음 느낀 맛을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 술은 마실 때마다 맛이 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비밀은 바로 ‘효모’에 있습니다. 효모란, 쉽게 말해 단맛이 나는 발효액(아마자케)을 일본주로 바꿔주는 미생물입니다. 쪄낸 쌀에 누룩과 효모를 더해 발효가 진행될 때, 이런 소리가 납니다.

꽤나 힘찬 소리죠? ‘사쿠라히메’에는 ‘델피니움(Delphinium)’이라는 귀여운 꽃에서 얻은 특별한 효모가 쓰였습니다. 이 효모는 코로나 시기에 탄생되었습니다. 술을 팔려고 해도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상황 속에서, 에히메의 양조장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도전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보통 꽃에서 얻어지는 효모는 한 종류뿐. 그러나 이 꽃에서는 네 종류의 효모가 나왔습니다. 각각 특징이 있는 효모 중에서, 미즈쿠치 주조가 선택한 것은 ‘트로피컬’이라는 이름의 효모. 화사하며 과즙감과 깊은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효모가 가진 강인함은 마치 ‘어머니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모가 없으면 술도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요. 말하자면, 효모는 일본주의 탄생의 어머니인 셈입니다.
자, 그럼 한 모금 더.

처음과 비교해, 맛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어떤가요,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효모의 모태가 된 ‘델피니움’의 꽃말은 ‘그대에게 미소 짓다’. 코로나 시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태어난 이 효모는 ‘사쿠라히메’라는 술이 되어, 지금 당신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마지막 잔은 ‘NIKITATSU2024’입니다. 이 술은 2024년, 도고 온천 본관의 리뉴얼을 기념해 빚어진 사케입니다. 먼저, 한 모금 맛을 보시죠.

──어떠신가요? 깔끔하고 날렵한 맛이면서도 향이 풍부하고, 긴 여운이 남습니다. 마신 뒤에도 혀 위에 은근하고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도록 머물 것입니다.

미즈쿠치 주조가 문을 연 것은 1895년, 도고 온천 본관이 세워진 바로 다음 해였습니다. 이후 130년 동안 온천과 함께 역사를 이어온 양조장. 그렇기에 더욱 목욕 후에도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세련된 맛을 추구했습니다. 이 술의 특징은 화려한 향과 긴 여운. 이 여운의 비밀은 ‘누룩’에 있습니다. 누룩은 효모와는 또 다른 역할을 하는 미생물의 종류입니다. 쪄낸 쌀에 뿌려 사케 발효의 토대를 만듭니다. 그때 나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누룩을 뿌리기 전, 공기가 고요히 가라앉는 느낌이 드셨나요? 바람 한 점도 일지 않도록 양조장을 닫은 채로, 장인들은 숨까지 죽이며 누룩을 고루 뿌립니다. 누룩은 일본주 제조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일누룩, 이효모, 삼술덧 만들기 (一麹、二酛、三造り)’라는 말이 있을 만큼, 누룩의 완성도는 술의 품질을 좌우합니다. 누룩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량과 온도 관리. 단 0.1kg 단위, 1초 단위의 미세한 차이로도 술의 완성도가 달라질 만큼 섬세한 과정입니다. 장인들은 마치 아기를 돌보듯 세심하게 누룩을 길러냅니다. 그만큼 사케 양조는 매우 섬세한 작업입니다. 작은 온도 변화나 잡균의 영향으로도 사케의 개성이 결정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130년간 이어져 온 전통 속에서 철저한 관리와 장인들의 경험이 소중히 계승되어 온 것입니다.

어떠셨나요? 마지막으로 네 번째 잔, ‘시코미미즈(仕込み水)’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물이야말로, 미즈쿠치 주조의 모든 술을 빚는 ‘원천’입니다. 에히메현에는 서일본 최고봉인 이시즈치산(1,982m)이 있습니다. 그 산의 지하수를 오랜 세월 지층이 걸러 부드러운 연수로 만들어냅니다. 이 물을 깊이 27m의 우물에서 길어 올려, 창업 이래 계속 사용해 왔습니다. 사실 마쓰야마는 물이 풍부한 지역이 아니지만, 이 우물만은 단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과거에 대가뭄이 들었던 해에도 이 물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연수의 특징은 단맛을 끌어내고,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한다는 점. 그래서 에히메의 사케는 단맛이 돌고 향이 화사하며, 뒷맛이 깨끗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고 온천은 평범한 온천지가 아닙니다. 만엽집에도 기록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지이며, 옛날에는 쇼토쿠 태자도 이 온천에 몸을 담갔고, 나쓰메 소세키는 소설 『봇짱(도련님)』 속에서 이 온천을 사랑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런 도고에서 유일한 양조장이 바로 미즈쿠치 주조입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고라는 장소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한 잔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사케의 여운과 함께 도고 여행의 추억을 조용히 겹쳐 떠올리며,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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