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에는,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있습니다.
그 앞에서, 하나의 여행이, 천천히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바다와 산과 강, 그 세 가지 은혜가 울려 퍼지는 땅.
세토우치의 바다 내음, 이시즈치산의 맑은 바람, 산자락을 따라 흐르는 강물의 속삭임.
그 모든 것이, 한 접시 위에서 만나는 곳이, 바로 이 ‘가이슈’입니다.
가이슈의 요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
바다를 건너, 산을 넘고, 강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감의 여행.
여행의 시작은 바다에서부터.
세토우치의 바다는, 결코 고요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조류는 때로 거칠게 흘러, 물고기를 단련시키고, 살을 단단하게 합니다.
이마바리·구루시마 해협, 그 소용돌이 속에서 자란 천연 도미는, 깊은 감칠맛과, 긴 여운을 지녔습니다.
가이슈의 주인 사카모토 기세이 씨가 “일본 최고의 어부”라고 부르는 이는, 이마바리의 후지모토 준이치 씨.
그 실력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감칠맛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신경 조임’입니다.
잡힌 물고기는 곧바로 처리하지 않고, 활어조에 넣어 안정시킵니다.
이를 ‘이케코시(活け越し)’라 부릅니다.
물고기들은 그곳에서, 잡힌 흥분과 피로를 가라앉힙니다.
후지모토 씨의 배에는 폐선을 개조한 특별한 수조가 있어, 물고기마다 구분된 ‘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이 1m, 지름 20cm 정도의 파이프를 가라앉힌 수조는, 갯장어의 잠자리.
손질 직전까지, 물고기들은 그곳에서 편안히 지냅니다.
마침내, 때가 옵니다.
후지모토 씨는 물고기를 날뛰지 않게, 살며시 건져 올려, 머리를 한 번에 내리칩니다.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고, 뇌사 상태로 만들어 ‘죽었다’는 신호를 차단합니다.
그 신호가 전달되지 않으면 피가 굳지 않고, 부패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뇌가 멈춘 뒤에도, 심장은 약 10분가량 계속 뛰며, 그 사이에 흐르는 물로 피를 뺍니다.
단, 지나치게 빼지 않습니다. 피는 감칠맛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비린내 없는 감칠맛과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이 물고기가 도착하면, 사카모토 씨는 그날 안에 조리합니다.
한 입 머금으면, 세토우치의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감칠맛이 혀 위에 번지며, 오래 남습니다.
마치, 그날의 바다 풍경이, 그대로 혀끝에 담기는 듯합니다.
바다를 뒤로하고, 산으로 향해 봅시다.
에히메의 산들은, 바다의 습기를 머금고, 강으로 영양을 흘려보내며, 다시 바다를 풍요롭게 합니다.
그 순환이야말로, 이 땅의 식재료를 풍성히 기르는 근원입니다.
이를테면, 쌀.
세이요시・우와초의 나카노 사토루 씨가 기르는 ‘히메노 린’.
온난한 에히메에서도 맛있게 자랄 수 있도록 개발되어, 식미 콘테스트에서 일본 최고를 차지한 쌀입니다.
나카노 씨는, 아이들을 논에 초대해 모내기를 체험시키며, 쌀농사의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논(田)에 힘(力)을 더하면 ‘남자(男)’. 스스로를 ‘전력본원(田力本願)’이라 부르는 그 모습에서, 쌀 농부의 자부심이 묻어납니다.
사카모토 씨도, 스스로 논에 서곤 합니다.
흙 속에 발을 담그고, 모내기 향을 맡으면, 쌀에 대한 애정은 더 깊어집니다.
그 마음은, 가이슈의 식탁에도 그대로 담깁니다.
쌀은 두 번에 나눠 내어집니다.
첫 번째는 ‘니에바나(煮えばな)’.
갓 지어낸 순간에만 피어나는 쌀 본연의 향.
그 향은 수증기와 함께 금세 사라지기에, 사카모토 씨는 “지금 바로 드세요”라고 권합니다.
두 번째는 뜸을 들여 단맛을 끌어낸 갓 지은 밥.
이 두 가지를 맛본 뒤, 마지막은 도미밥.
달걀노른자를 얹은 화려한 한 그릇은, 해외 손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여행은 마침내 강으로 이어집니다.
이시즈치산에서 흘러나오는 오모고가와 강은, 강폭이 좁고 바위투성이.
이 환경이, 최고의 은어를 길러냅니다.
모래가 없어, 은어는 바위에 핀 이끼만을 먹어, 뱃속까지 맑습니다.
흐름은 빠르고, 이끼는 풍부합니다.
그래서 은어는 많이 헤엄치고, 많이 먹어, 다른 강보다 한두 치 더 크게 자랍니다.
큰 은어는 기름기가 오르고, 향도 풍부합니다.
사카모토 씨의 아버지가 직접 낚아 올리기에 맛볼 수 있는, 이곳만의 천연 은어입니다.
더 나아가, 이 강을 거슬러 오른 구마코겐초・야나다니무라 마을에는, 가이슈의 맛을 지탱하는 샘물이 있습니다.
일본 최고 수준의 초연수로서, 사카모토 씨는 두 시간을 들여 물을 길어 옵니다.
부드러운 물은 ,해산물과 국물의 감칠맛을 섬세하게 끌어내고, 차와 술의 풍미마저 돋보이게 합니다.
은어를 기르는 강과, 그 근원에서 솟는 물이, 한 접시 위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여행에는, 술이 어울립니다.
사카모토 씨가 권하는 것은 ‘이시즈치 아이’.
일반 판매는 되지 않고, 양조에 함께 참여하는 제한된 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술입니다.
그 양조장이 자리한 곳은, 서일본 최고봉 이시즈치산의 품.
명수(名水)의 고장으로 알려진 에히메현 사이조시에 있습니다.
이시즈치 산계에서 흘러나오는 초연수는, 맑은 향기와 산뜻한 목 넘김을 주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혀 감촉을 만들어 냅니다.
페어링에서는, 아쓰칸(熱燗)이 나옵니다.
국물을 마시는 듯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온화한 술.
데우는 정도 하나로, 향은 부풀고, 감칠맛은 요리와 하나가 됩니다.
따뜻해진 잔을 입술에 대면, 바다・산・강의 풍경이, 부드럽게 혀 위에서 풀려나갈 것입니다.
가이슈의 코스는, 차가운 음식이 아닌, 따뜻한 음식으로 시작됩니다.
여행의 시작에 몸을 덥히고,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세토우치 생선의 국물로 낸 탕은, 식후의 가벼움을 남기며, 여운을 깊게 합니다.
그 여운은, 에히메라는 장소를, 조용히 기억 속에 새겨줍니다.
에히메는,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찾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만날 수 있는 식재료가 있습니다.
어부도, 농부도, 양조가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손길이, 가이슈의 한 접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이 여행의 본무대는, 가이슈의 한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에히메를 도는 여정은, 그전이어도, 그 후여도 상관없습니다.
항구의 내음도, 산의 능선도, 강의 속삭임도──
여기서 맛보는 한 접시와 어우러져, 분명 당신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