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직 믿기 어렵겠지만, 여러분은 이미 야쿠오인으로 이어지는 신앙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야쿠오인이라는 사찰의 뿌리는,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는 부처, 약사여래(薬師如来)를 모신 데서 시작됩니다. 바로 이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행복으로 채우길 바라며 세워진 사찰입니다.
다카오산은, 간토 산지와 간토 평야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이곳은, 한때 간토를 지키는 ‘관문’ 같은 역할을 맡았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도쿄의 빌딩 군에서 가마쿠라의 산맥까지, 넓게 간토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야쿠오인이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전국시대 하치오지 성주는 전쟁을 앞두고, 이 산에서 두 손을 모았다고 합니다. 성도, 가족도, 백성도, 모두의 안녕을, 조용히 산의 신불에 맡겼을 것입니다.
에도 시대에는 숙박지로, 메이지 이후에는 직물 도시로 번성한 하치오지. 견직물에 필수적인 누에, 그 큰 적인 쥐의 피해로부터 지키기 위해 야쿠오인에서는 ‘쥐퇴치’ 부적을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기도는, 산에서 삶으로 조용히 스며들며, 사람들의 삶을 지켜왔습니다.
이 주변에는, 수령 200년을 넘는 너도밤나무도 남아 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에도 시대에 싹을 틔운 너도밤나무는, 현대의 다카오산에서는 더 이상 새로 싹을 틔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도밤나무의 수명은 약 300년. 앞으로 100년쯤 지나면, 다카오산에서 너도밤나무의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 잎을 먹는 곤충들도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발밑의 작은 생명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봄이 오면, 또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웁니다. 40종을 넘는 제비꽃이 만발하는 것입니다.
다카오산은 덧없음과 재생이 순환하는, 계절의 기도의 무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