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시 서서, 좌우를 천천히 비교해 보세요.
왼쪽에 보이는 삼나무 숲은, 단순한 자연이 아닙니다. 사람의 소망과 기도가 키워낸, 신앙의 풍경입니다. 야쿠오인에서는,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감사의 표시로, 삼나무 묘목을 봉납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뿌리를 내리고, 세월을 거쳐 자란 것이, 바로 이 가로수길입니다. 이 거목들 중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삼나무도 있습니다. 마치, 기도의 기둥처럼 하늘을 찌르는 그 모습에서, 수세대에 걸친 신앙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른쪽에는, 삼나무 묘목을 봉납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이 팻말은, 매년 교체되며, 옛 신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연하게 늘어선 팻말을 바라보면, 직물 회사 등, 하치오지의 다양한 단체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다카오산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여전히 깊은 연결을 가진 ‘마음의 거점’임을, 이러한 풍경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이 불면, 삼나무 잎이 흔들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 속에서, 옛날 이 길을 걸었던 참배자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자연의 소리 속에 사람의 기도가 겹쳐 들려올 때. 이 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기도의 산’임을 조용히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