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시 서서, 좌우의 숲을 비교해 보세요. 나무 종류와 잎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실 수 있을까요?
다카오산은, 상록 활엽수와 낙엽 활엽수가 만나는, 일본에서도 드문 장소입니다. 연간 평균 기온 약 13도를 경계로, 북쪽과 남쪽의 식생이 바뀝니다. 이 산의 풍요로움은, 바로 이런 자연의 그러데이션 속에 있습니다.
발 아래도, 눈을 돌려 보세요. 나무 열매를 갉아먹은 흔적이나, 작은 배설물이 떨어져 있지 않나요?
그것은, 날다람쥐의 흔적입니다. 다카오산은, 도쿄 내에서 드물게 날다람쥐가 서식하는 장소입니다. 밤이 되면, 삼나무 같은 큰 나무들 사이에서 슬며시 얼굴을 내밀고,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날아갑니다.
이 신비로운 울음소리를, 여러분은 어떻게 들을까요? 옛날 이를 본 사람들은 “덴구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밤에는 날다람쥐가 날고, 여우나 오소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다카오산. 야쿠오인의 승려들은, 관광객이 오가는 낮과 달리, 밤의 인적 없는 산에서 야생동물이 오가는 순간에, 자연 속 신불의 기운을 느낀다고 전합니다.
이제, 여기서 ‘남자길’과 ‘여자길’로 나뉩니다. 급경사 108계단을 한 번에 오르는 남자길, 완만한 경사를 천천히 오르는 여자길.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국 길은 하나로 합쳐집니다.
어느 쪽을 가든,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한 걸음 한 걸음,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쌓여온 것들. 그 탁한 기운을, 내쉬는 숨결과 함께 흘려보내고, 다카오산의 맑고 청정한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셔 보세요. 여러분 안의 모든 찌꺼기를, 이 산에 맡기듯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분명 마음은, 기도를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